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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는 이유와 해결방안 (1) _ 현황과 문제점
본 글은 HPC컨설팅펌 최우창 수석 컨설턴트가 대한병원협회에 기고한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는 복합적인 이유와 그 대책은?(부제 :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컨설팅 프로세스 및 사례)’의 전문입니다.
3. 직무분석을 통한 업무애로사항 도출, 근무환경 개선방안
2019년까지 교대근무제도 및 인사제도 개선 컨설팅을 중심으로 컨설팅을 진행할 때에는 간호행정부와 인사팀과 함께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일선의 병동간호사들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컨설팅은 설계보다 실행이 중요한데, 간호 행정부와 인사팀 중심의 컨설팅은 현장의 병동간호사에게 개선의 필요성을 이해시키고 실행하도록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2020년부터는 각 병동 별 간호사를 참여시켜 직무분석과 업무애로사항을 도출하기로 했습니다. 업무 애로사항에 대한 실행계획서를 직접 작성하게 해 현장의 간호사들에게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실행의지를 고취시켰습니다.
직무분석은 병동간호사를 팀원으로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TF팀을 구성하고, TF팀이 주체가 되어 진행했습니다. Day/Evening/night을 나누어 시간대별로 업무를 기술하는 방식으로 직무기술서를 작성했고, 교육훈련체계 수립을 위한 세부 과업 별 지식/기술과 업무 애로사항도 작성했습니다.
특히 업무 시 애로사항은 부서별로 따로 정리하여 요청을 했습니다. 협력부서를 명확히 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개선 요청할 수 있도록 정리하기 위함입니다.
중요도와 실행가능성이 높은 업무 애로사항을 우선 선별하여 실행 과제로 채택합니다. 채택된 부서별 개선 실행 과 제에 대한 세부 실행계획서를 작성해 직무효율화 방안을 수립했는데, 그 사례는 아래와 같습니다.
➀ 인수인계 시스템 개선
회진시간과 인수인계 시간이 중복되는 경우에 인수인계가 늦어지고 연장근로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또한 현재 병동별로 다양한 진료과 별 회진을 지원하고 있고 회진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에 병동별로 특정 진료과 환자를 배치해 한 병동의 진료과 수를 최소화하도록 권고했습니다. 나아가 의사 별 회진 스케쥴을 정하여 되도록 준수할 수 있도록 진료과와 협의했습니다.
또한 인수인계 전에 다양한 의료 물품에 대한 물품카운트를 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신입간호사나 경력이 낮은 간호사가 물품카운트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수인계 지연의 원인 = 신입간호사 1시간 전 출근, 물품카운트)
이에 물품 카운트 종류를 간소화하고, 물품 카운트 항목을 중요도 순으로 분류시켰습니다. 직급과 역할 별로 카운팅 할 물품을 지정해 특정직급에 업무 집중을 막고, 물품카운트 시간을 최소화했습니다.
➁ 진료부 커뮤니케이션 및 처방 문제 개선
병동간호사는 환자를 직접적으로 응대하는 부서입니다. 환자로부터 많은 요구사항을 해결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의 많은 불만과 컴플레인을 들을 수 밖에 없습니다. 병동간호사는 환자의 요구에 대한 빠른 업무처리를 위해 임상병리실, 약제실 등 다양한 지원 부서의 문의사항과 전달사항을 의사에게 전달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처방이나 검사와 관련한 의료지원부서의 문의사항은 의사에게 직접 확인하여 처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동간호사에게 확인하거나 의사에게 전달을 요청하는 경우 등입니다.
간호부가 의료지원부서와 진료부간의 소통의 중간자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직접 간호에 투여되는 시간은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연장근로는 늘고 있었던 상황. 결국 업무피로도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의료지원부서, 간호부, 진료부 상호간 회의를 통해서 의료지원부서와 진료부간 직접 커뮤니케이션 비중을 높이고, 간호사가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도록 내부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다음은 의사 처방 문제입니다. 일부병원의 경우, 의사가 처방을 구두로 간호사에게 지시하면 간호사가 처방을 대신하는 사례도 있었고, 처방을 늦게 내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특히 의사가 버벌 오더를 할 경우, 간호사는 처방 내용을 정확하게 입력하기 위해 상당한 정신적 부담과 피로를 느꼈습니다. 의사가 오더를 늦게 내게 되면 환자로부터의 컴플레인을 간호사들이 고스란히 받아야 했습니다. 또 오더를 기다리다가 식사 시간이나 인수인계 시간이 늦어지는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이에 의료지원부서, 간호부 상호 간 회의를 통해 버벌 오더, 늦은 오더의 문제점에 대하여 지적했습니다. 특히 버벌 오더와 늦은 오더, 오더 오류가 많은 의사 리스트를 작성해 개선을 요청했습니다.
이와 같은 진료부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대리처방 등의 문제는 의사와 간호사간, 의사와 의료지원직 간의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간호사와 의료지원직을 의사의 보조나 지원 인력으로 정도로 인식하는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동료로 인식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➂ 신규간호사 교육훈련프로그램 설계 및 간호사 교육훈련체계 수립
신규간호사가 3개월 이내에 이직하는 주된 사유는 독립에 대한 부담감, 직무능력에 비해 과중한 업무와 책임 부담으로 꼽힙니다.
이는 학교에서 배운 간호 이론과 실무와의 격차가 크고, 환자의 생명을 다룬다는 업무 부담감도 큰 데 반해,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간호실무 교육은 체계적이지 못하고 교육시간도 짧아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에 기인합니다.
특히 이러한 신규간호사 교육은 거의 대부분의 병원에서 프리셉터(일반적으로 같은 병동의 선임간호사로 지정함)의 OJT 교육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은 더욱 커집니다.
이러한 프리셉터를 통한 교육방식은 현장에서 빠르게 교육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프리셉터 개개인의 교육의지와 능력에 따라서 교육의 질과 내용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균일하고 체계적인 교육이 불가능하고, 프리셉터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점을 낳습니다.
최근에 간호사 태움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데, 프리셉터가 기존 자신의 업무량에 신입사원 교육업무가 가중되면서 오히려 프리셉터에 의해서 태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프리셉터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본 컨설팅에서는 신규간호사의 빠른 업무 적응과 직무능력 강화를 위해서 신규간호사 교육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해 제시했으며, 신규간호사가 충분한 교육과 업무적응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실무 투입 시기를 최소 2개월 이후로 정하도록 권고했습니다.
그리고 교육단계 별로 업무 수행 평가를 진행하여 업무능력수준을 평가하고 수준에 따라 실무 투입 여부를 결정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또한 직무분석을 통해 과업별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조사하여 이를 유목화하는 과정을 거쳐 교육대상 별(신규, 2~3년차 이상, 5년차 이상) 요구 역량 수준에 따라, 연간 교육운영 프로 그램을 설계했습니다.
4. 컨설팅 시사점 및 개선방안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컨설팅을 5년간 24개 병원을 진행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고 근무환경이 좋은 대형병원에서도 신입사원 이직률과 이직의사가 높게 나타났고, 중소병원의 그것과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이는 간호사의 이직 원인이 낮은 임금수준과 열악한 근무환경만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대형병원에서 이직하였다는 간호사를 인터뷰한 결과, 대형병원의 높은 근로강도와 긴장감, 간호사에게 부여되는 잡다한 업무, 의사와 간호사간, 선임간호사와 후임간호사간의 수직적인 조직문화 등으로 힘들었고, 현재 중소병원들로 옮긴 후에 임금은 낮지만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해졌다고 이야기합니다.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간호사가 환자를 최종적으로 직접 대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병원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환자로부터 민원과 컴플레인을 듣는 것이 간호사이기에 타 부서의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간호사가 대신하고 있는 많은 업무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잡다한 업무들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당연히 간호사가 해야 되는 업무로 쌓이게 되고, 간호사를 병원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컨설팅은 간호사가 주체가 되어 직무분석을 수행함으로서 간호행정부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부당한 업무분장과 애로사항들을 수면 위로 노출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를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간호사의 이직 원인을 낮은 임금, 3교대근무제도, 열악한 근무환경과 높은 노동 강도라고 피상적으로 이야기합니다. 허나 실제로 이직 원인은 간호사의 일상적 업무 속에 괴롭히는 많은 요인들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긴 관점에서 세밀하게 하나씩 개선하여야만 간호사 이직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사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