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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혁신을 위한 근로자 참여 활성화 연구의 필요성

영국과 미국의 노동조합 역사를 살펴보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사측과 생존을 위해서 다른 수단이 없이 맞서야 했던 노측 간의 처절한 투쟁의 역사로 요약된다.

그래서 노사관계를 설명함에 있어서 양측의 권력과 이해가 균형을 이룰 경우 경제적 교환을 상정한 원만한 협상이 이루어진다. 균형을 이루지 못할 때는 각자의 권력과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정치적 투쟁이 발생하는 것으로 흔히 이해된다.

이런 전통 속에서 노사관계 혹은 단체교섭의 핵심 사안은 고용안정, 임금, 그리고 근무여건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산업재해 예방이나 기업복지제도를 노사관계와 연결 짓는 시도는 그렇게 흔한 접근법이 아니다.

특히, 직원들에게 임금 이외의 현물로 베푸는 시혜적 성격이 강한 복리후생 제도를 노동조합의 역할과 연결시켜서 설명하려는 시도는 드물다.

 

 

노동자 전체가 관심이 없는 이유

산업재해 예방과 기업복지에서 노조의 역할을 살펴보는 것은 기존 노사관계 연구 전통에서 볼 때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전통적 노사관계론은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이 가장 핵심이 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노조 구성원들의 요구사항을 통일하여, 노조원들의 의견을 집결시킬수록 노조의 단결력이 강해지며, 그에 따라서 단체교섭에서 협상력이 높아져 단체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산업재해 예방 및 기업복지와 관련된 내용은 일정 부분 조합원 전체의 관심사가 될 수 있지만, 일정 부분을 넘어서면 개인별로 처한 상황과 여건이 달라 노조 조합원 전체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다.

 

Reason 1.

순서대로 구체적인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산업재해 예방 이슈는 각 공정별 혹은 직무별로 위험 수준이 다르고, 그에 따라서 조치해야 할 내용이 다르다. 특정 조합원이 제기한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서 사측의 동의 이전에 다른 작업자들의 긴급성에 대한 체감 수준이 유사할지의 문제가 먼저 대두된다.

따라서 특정 개별 조합원이 제기한 자신의 작업장 안전 문제를 노조 전체의 이슈로 발전시키거나 우선순위를 두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요컨대, 전사적 안전설비 강화 혹은 안전조치 강화와 같은 사안은 경영진과 노조 모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작업 단위별로 위험 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 이슈를 노조 전체가 수용하여 단체교섭 대상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Reason 2.

산업재해 예방의 문제보다 기업복지와 관련된 사안은 내용에 따라서 노조 전체의 이슈로 부각시키는 것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기업복지제도 자체의 특성에서 기인하는데, 현금 보상의 경우에는 조합원 누구라도 받는 현금 보상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 소비하면 된다.

하지만, 기업복지제도는 다른 재화와 서비스로 교환이 용이한 현금이 아니라 재화와 서비스가 직접 제공되거나, 혹은 퇴직연금과 같은 소득의 지급이 이연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근로자 개인이 느끼는 효용 및 만족도, 시급성의 정도는 매우 다를 수 있다.

그래서 큰 틀에서 기업복지 예산을 얼마만큼 증액할 것인가와 같은 이슈는 노조 내부적으로 쉽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지만, 증액된 기업복지 예산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노조 내부에서 쉽게 합의에 도달하기 힘들 것이다.

 

Reason 3.

노동조합이 전통적으로 주력하는 단체교섭 및 노사협의회에 있어서 조합원 다수의 신뢰를 이끌어내기 위한 안건을 상정하고 협상을 효율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안건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이때 노동조합은 전략적으로 조합원들의 니즈와 이해관계가 복합적이고, 일치하는 정도가 낮은 사안보다는 임금이나 근로조건과 같이 조합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안에 대해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즉, 전통적 노사관계의 접근법의 핵심은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인데, 본 연구가 주목하고 있는 대상은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아닌 산업재해 예방 및 기업복지와 관련한 이슈에 근로자 대표와 노동조합이 어떻게 참여를 하고, 개별 근로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지이다.

산업재해 예방 및 기업복지는 표면상 집단적 이해관계를 지향하면서도 구체적 실행에서는 개인별 니즈와 취향에 따라서 근로자 개인별로 이해관계나 직접적인 체감 정도가 다르고, 체감하는 시급성의 정도가 모두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노동조합의 핵심 기능인 단체교섭과 단체행동, 집단적 이해의 조정이라는 효과가 발휘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산업재해/기업복지 후진국 한국

세계적으로 산업재해 예방과 기업복지는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매년 278만 명의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 또는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3억 7천 4백만의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 또는 질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ILO, 2020).

특히 한국에서 높은 산업재해 수준, 그리고 낮은 기업복지의 수준은 전체 노동시장의 질을 떨어뜨리는 큰 문제이다.

한국은 높아진 국가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연간 업무상 재해 또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2,000 명을 넘나들 만큼 산업재해 예방은 매우 취약한 편이다. 기업복지에 대한 인식 또한 비용적 측면에서 주로 고려되고 있어 후진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2년 이상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산업재해 예방 및 기업복지의 증진은 그 이전보다 더 중요한 주제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복지는 곧 사회경제의 문제

산업재해 예방과 기업복지는 고용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경제적 성과, 생산성, 사회의 소비 및 지출 등 더 넓은 차원의 사회 경제적 차원과 연결되어 있다(ILO, 2020).

업무상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인한 근로자의 상해, 질병, 사망 등은 해당 근로자 본인과 가족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 기업, 지역사회, 사회 전반, 그리고 국가 전반의 노동시장 등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업복지에 대한 만족 또는 불만족은 사회 전체의 복지 비용을 낮추거나 높일 수 있고, 경제적 지출의 정도에 영향을 줌으로써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중요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산업재해 예방 및 기업복지 증진을 위해서 법 제도 개선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노력과 투자는 기본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산업재해 예방이나 기업복지 등은 국가적 차원에서 주도하여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개별 기업 차원에서 소속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증진하고 복지제도를 향상하기 위한 의식 개선, 시설투자, 제안과 개선활동 등을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과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이해하고 개선하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일터혁신의 핵심은 근로자 참여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보편적인 근로환경을 상정하고 제3자의 시각에서 구축되는 것보다 노사 간의 신뢰와 참여를 통해 프로그램들이 구축되고 운영되었을 때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제도에 몰입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더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들 제도에서는 사용자가 중심이 되기보다, 근로자 대표와 노동조합의 주도적 참여를 통해 근로자들의 집단지성을 모아야 한다. 이를 통해 실제 작업 현장에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지점을 확인하고 개선하며, 근로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기업복지를 향상할 때 보다 효과적인 프로그램의 구축 및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에서는 근로자 대표 및 노동조합의 주도적 참여를 통해 내부 역량을 향상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나타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재해 예방 및 기업복지 제도 설계와 운영에 근로자 대표와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것은 일터혁신을 구현하는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일터혁신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하고 작업 조직이나 근로 생활의 질적 개선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대표 및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에 기반한 의사결정 및 개선 과정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일터혁신은 그 개념상 노사 간의 협력적 문화를 기반으로 해야 하며, 일터혁신의 당사자이자 혁신을 통한 성과를 나눌 수 있는 개별 근로자들이 주체적으로 나설 때 성취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박경원․장홍근․강혜정, 2020).

따라서, 기업들이 산업재해 예방 및 기업복지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대표 및 노동조합의 협력과 참여를 최대화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구축 및 운영하기 위한 실천 방안을 이론 및 사례연구를 통해 탐구하여 실무적,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022 일자리위원회 정책용역사업 연구보고서

일터혁신의 효과성 제고를 위한
노동조합 및 근로자 대표 참여 활성화 방안
(산업재해 예방 및 기업복지 증진을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