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과 조직

우리 회사에 근로자 대표가 필요한 이유와 역할

K씨가 일하는 자동차 부품 기계 공장에는 여름 휴가 외에 따로 휴가가 없습니다. 입사한 동료나 대표들은 “빨간 날(공휴일)에 쉬는 것을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본다”고 이야기했고, 이에 의문을 품은 K씨는 인사팀에 물어봤죠.

인사팀의 답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근로기준법에 근거해 특정 휴일을 연차휴가와 대체하게끔 ‘근로자 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했다”라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K씨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연차 대체 서면 합의를 한 ‘근로자 대표’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근로자 대표가 누구인지 물어본 결과, K씨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1년 전에 퇴사한 직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유명무실한 근로자 대표

여러분은 혹시 회사의 근로자 대표가 누구인지 알고 계시나요? 아마 반 이상은 ‘그런 사람이 있나?’라며 고개를 갸우뚱하실 것이고, 몇몇 분들은 ‘근로자 대표는 노조 있는 회사에만 있는 거 아닌가요?’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노동법상 근로자 대표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그 노동조합의 대표자를 뜻하지만, 만약 노조가 없을 경우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뜻합니다. 즉, 노조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근로자 대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노조 조직률이 10%를 겨우 넘는 우리나라에서 근로자 대표라 하면 ‘노조의 대표자’보다는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가 더 알맞을 텐데요. 문제는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선정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 규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앞서 예시를 든 K씨의 일화가 그렇습니다.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에 대한 규정이 없다 보니, 근로자들이 직접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신 사업장에서는 ‘노동자들 과반수가 근로자 대표 선임에 동의한다’는 동의서에 서명을 받아 절차를 갈음하곤 합니다. K씨가 근로자 대표가 누구인지 잘 몰랐음에도 근로자 대표가 존재했던 까닭입니다.

 

 

그러나 권한은 막대한

‘근로자 대표가 뭐길래? 없어도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한데 근로자 대표의 권한은 생각보다 막대합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먼저, 근로자 대표는 말 그대로 근로자를 대표하기 때문에 사용자 측에서 경영상 해고(=정리해고)를 하기 전에는 반드시 근로자 대표에게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근로자가 스스로 선출한 근로자 대표라면, 막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부당한) 경영상 해고에 저항할 수 있겠죠.

또, 사용자 측에서 연차유급휴가일을 갈음하여 특정한 날에 노동자를 쉬도록 할 수 있게 하는 ‘연차 대체’ 제도를 도입할 경우, 근로자 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해야 합니다. K씨의 사례가 바로 여기에 해당됩니다.

한편, 최근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논쟁이 되고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련해서도 근로자 대표의 권한이 중요합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사용자가 최대 6개월까지의 단위 기간을 평균해 1주간의 근로시간이 법정 기준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1주와 1일의 근로시간을 법정 기준보다 초과해 일을 시킬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산업안전 측면에서도 근로자 대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안전보건관리규정을 작성하거나 변경할 때는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진단을 하거나 작업환경측정을 할 경우 근로자 대표는 참석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일터혁신의 첫 걸음, 근로자 대표 선출

이처럼 근로자 대표는 인사(해고), 휴가 대체, 탄력적 근로시간제, 산업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 막대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말했듯이 그 존재감은 상당히 미미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사용자 측의 입맛에 따라 ‘말 잘 듣는 직원’을 근로자 대표로 선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근로자 대표가 정말로 ‘근로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겠죠.

일터혁신 컨설팅 하위 분야에는 ‘노사파트너십체계구축’이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노사관계의 전략을 수립하고, 상생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인데요.

이러한 노사파트너십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용자의 입장과 근로자의 입장을 분명히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자의 입장만 존재한다면 노사파트너십이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근로자의 입장을 정리할 때 가장 첫 걸음은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는 일입니다. 민주적이고 자율적으로 근로자들의 대표를 선출하여, 근로자와 사용자의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노사가 서로 상생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할 때, 훨씬 훌륭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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