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주 4일 근무 제도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주 4일 근무가 아주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는 것처럼 이미 선진국에서는 주 4일 근무가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죠.
그런데 근로자에게 주 4일 근무가 꼭 반가운 소식일까요? 어떤 근로자들은 주 4일 근무에 부담을 느끼거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주 4일 근무 제도를 한국에 도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또 근로자들에 대한 반응은 어떠할지 설문조사 통계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주 4일 근무 VS 유연근무제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분석 기업 ‘퀄트릭스’는 최근 만 18세 이상 한국 근로자 1,01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내용은 바로 ‘주 4일 근무제 VS 유연근무제 선호도 조사’였습니다. 과연 근로자들의 선택은 어땠을까요?
의외로 선호도 자체는 50:50으로 비등비등하게 나왔습니다. 주 4일도 좋지만, 유연근무제도도 좋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근속 요인’ 즉 기업에 오래 머물게 하는 요인으로는 유연근무제(58%)가 주 4일 근무제(48%)에 비해 약 10%정도 높게 나왔습니다.
이제는 많이들 아는 유연근무제에는 집에서 근무를 하는 재택·원격근무제도,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선택근무제 등이 있는데요. ‘그래도 하루 쉬는 게 더 낫지 않나?’라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근로자들의 답변을 들어보면 확실히 이해가 됩니다.
먼저 주 4일 근무의 가장 큰 단점으로는 ‘근무시간 연장(68%)’이 꼽혔습니다. 현실적으로 5일을 일하다가 갑자기 4일을 일하려면 하루치(8시간)만큼 4일에 걸쳐 일해야 합니다.
즉, 아무리 효율적으로 일한다 해도 초과근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죠. 주말이 3일이라 해도 4일 동안 피폐하게 보내면 온전하게 휴식을 취하기 어렵습니다.
뒤를 이어 ‘회사 실적 저하(54%)’, ‘고객 불만(52%)’ 등이 단점으로 꼽혔습니다. 주 5일 일하는 회사에 비하면 회사의 실적은 악화되기 쉽고, 고객들 또한 ‘이 회사는 주말도 아닌데 쉬나?’ 하며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근로자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내용입니다.
근로자들은 주 4일이 아니라 ‘이것’을 원한다
근로자들이 의외로 주 4일 근무제를 반기지 않는다는 결과에 놀라셨나요? 그렇다면 근로자들이 (주 4일 근무제가 아니라) 선호하는 제도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성과중심 인사평가 시스템’입니다. 당장 근무 체제를 바꾸기보다는 성과중심으로 평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65%)를 이뤘습니다.
특히, 응답자들은 “성과중심 평가 모델을 도입하면 오히려 근무시간이 줄어들 것이다”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즉, 일괄적으로 근무 시간을 줄이기보다는 일에 효율성을 추구하는 걸 더 선호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근로자들이 주 4일 근무보다 유연근무제를 선호하는 까닭도 이해가 됩니다. 사실, 직장에서 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누구는 하루 종일 인터넷 쇼핑 등 딴짓만 하고 누구는 열심히 일하는데 평가가 비슷하다면 당연히 열심히 일할 의욕이 사라지겠죠. 그러다 보면 결국 ‘나’도 딴짓을 하게 되고, 전체적으로 업무 시간은 길어지며 분위기는 늘어지게 됩니다.
성과중심 평가는 이러한 일을 방지함으로써, 모두가 업무에 집중하여 일을 빠르게 마칠 수 있게 해 줍니다. 바쁠 때는 열심히 일하고, 한가할 때는 조금 느슨하게 근무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근로자들이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성과중심 평가와 유연근무제는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물론 유연근무제에도 근로자들의 걱정과 우려가 있긴 합니다. 커리어 발전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유연근무제는 근로자 개개인의 사정과 상황, 그리고 요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일괄적 정책인) 주 4일 근무보다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시대는 갔다고 합니다. 소량 생산-소량 소비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죠. 이는 소비자에 대한 관점뿐만 아니라 근로자에 대한 관점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 개개인의 능력과 상황을 존중하여 유연하게 업무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능력 있는 직원을 회사에 오래 다니게 하고 싶다면 이 점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