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위치한 준종합병원 B병원. 지역 어르신들이 거리낌없이 왕래할 정도로 친절하기로 소문난 사랑방입니다. 그런데 최근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저연차 간호사들이 줄줄이 퇴사를 하고 있는 것.
더 큰 문제는 후속 조치였습니다. 자리를 메우기 위해 채용공고를 올려도 지원자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지원자가 있어 면접을 보고 합격 통보를 해도 출근하지 않는 케이크도 다반사입니다. 이유는 업계에 만연히 벌어지고 있는 ‘태움’ 문화 때문.
최근 간호사 업계의 이 ‘태움’ 이슈가 뜨겁습니다. 태움이란 선배가 후배에게 다양한 이유를 들어 괴롭히는 행동을 아우르는 말인데요.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일명 업계 내 은어입니다.
아래 대표적인 태움 사례 몇가지를 살펴보시죠.
✅ 신입이 당연히 알 수 없는 업무를 모른다는 이유로 보고서를 쓰게 한다.
✅ 한시간 먼저 출근해서 물품카운트 등 업무 준비를 한다.
✅ 내 업무가 끝나도 선임 간호사가 퇴근하기 전까지 기다려서 같이 퇴근한다.
✅ 신규가 걸어서 이동하면 “어디 신규가… 신규가 어디서 걸어?” 그러면서 화를 낸다.
마치 군대의 병영부조리가 떠오를 만한 상황들.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변화를 기피하는 상급 간호사들의 강성한 태도가 변화를 가로막습니다. 부당함이 인정되어 처벌된다 해도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
우리가 만났던 Y병원도
마찬가지.. 그런데,
우리가 만났던 Y병원도 다르지 않습니다. 1~3년 미만 간호사들의 이직율이 95%에 달할 만큼 기강 문화가 강성했죠. 근로기준과 동떨어진 넘치는 업무시간과 업무량, 충분한 수면이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었던 교대 근무 일정까지.
다른 병원과 차이점이 있었다면, 간호부장님의 강력한 변화 의지였습니다. 이대로는 우리 병원의 존립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다급한 마음까지 듭니다. 인구 고령화로 환자는 늘어나는 반면 심해지는 간호사 인력난 역시 간호부장님의 변화 의지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죠.
하지만 선임 간호사들의 거부 반응이 걸림돌이었습니다. 온갖 부조리를 다 겪고 오른 자리에 갑자기 무슨 변화라니. 하지만 이런 선임 간호사들의 저항도 간호부장님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선임 간호사들의 고충까지 경청하고, 모든 부분에 있어 개선될 수 있음을 설득한 간호부장님. 결국 간호사들의 고충을 한 데 모아 경영진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릅니다.
Y병원 x HPC 컨설팅 펌
HPC 컨설턴트들과 Y병원의 핵심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병원 자체는 지속적인 의료 시스템 개선과 쾌적한 환경 유지,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며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은 매우 부실했는데요. 신규 간호사들의 1년 내 이직률이 33.9%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대표적인 이유가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업무 과중 이슈. 여기에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더해져 태움과 임신순번제, 선임 위주의 교대근무 스케쥴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뿌리 깊게 내린 특정 업계의 부조리 문화도 일터 혁신 컨설팅을 통해 개선이 가능할까요? 갸우뚱한 고개 바로잡고 아래 HPC 컨설팅 펌이 어떻게 해결했는지 하나씩 확인해보세요.
Y병원 일터 혁신 컨설팅의
3가지 핵심 포인트
최종적으로 정리한 Y병원의 문제점은 아래와 같이 3가지로 요약됩니다.
① 작업환경/작업조직 개선 필요
4조 3교대 근무를 시행 중이던 Y병원. 하루 3번의 교대와 인수인계가 벌어지는데, 인수인계 시간이 평균 1시간, 긴 경우 2시간까지 걸리고 있더군요. 여기에 신입 라인 간호사들은 조기에 출근해 업무에 필요한 모든 물품까지 챙겨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 중. 사이사이 태움 문화가 들어가니 이건 뭐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일터의 환경과 조직 문화의 개선, 반드시 필요해보였습니다.
② 평생학습체계 구축 필요
1~3년 미만 간호사의 이직율이 전체 간호사 이직율의 95%.. 아슬아슬합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수직적인 조직문화도 그렇지만, 제대로 된 직무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더군요. 입사 초기 선임 간호사의 간단한 OJT 외 특별한 교육 과정이 없던 Y병원.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직무교육훈련체계 도입이 시급합니다.
③ 장시간 근로 개선 필요
오전, 오후, 야간 이렇게 3파트로 나누어 시행되던 교대 근무. 사전 근무 테이블 나와 그에 맞춰 움직이는데요. 이 근무 테이블이 선임 간호사들에게 편한대로 짜여지고 있어 저연차 간호사들의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부분도 변화가 필요했던 지점 중 하나.
문제를 이렇게 3가지로 압축하니, 개선해야 할 일들도 수월하게 정리정돈되었습니다. 자, 그럼 각 포인트의 현황과 개선 과정, 그 결과는 어땠는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팀빌딩 워크샵과 직무 분석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전, 팀빌딩 워크샵을 실시합니다. 한마디로 컨설팅 추진 체제에 투입되는 전 실무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기 위한 자리. 워크샵을 통해 이 프로젝트가 왜 진행되는지, 어떤 결과를 내야 하는지,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공유하게 됩니다.
Y병원 프로젝트의 경우 이어 직무 분석도 진행했습니다. 간호사들의 하루일과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시작해 오전과 오후, 야간 3종의 직무기술서를 정돈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해당 직무의 애로사항을 찾았고, 각 직무별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도출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컨설팅 실행의 초석을 다지는 과정이었죠.
POINT ①
작업환경/작업조직 개선
Y병원은 오전과 오후, 야간으로 3교대 근무를 시행 중이었습니다. 근무자들이 교대를 할 때 인수인계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신입 간호사가 상처받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는 했습니다. 일명 기강을 잡기 위한 선배들의 의도도 있었지만, 의도없이 말투와 언행으로 오해를 사는 경우도 빈번했죠.
또 인계자는 인계했다고 하는데, 인수자는 인수를 받지 않았다는 상황도 자주 벌어졌습니다. 아무래도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다들 예민해져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쌓여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녹음 인수인계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인수인계 과정에서의 상호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함은 기본, 일부 벌어지던 태움 문제도 이를 통해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또 기존에는 신입들이 모든 물품을 체크하고 관리하는 문화도 자리잡혀 있었는데요. 인수인계 과정에서 시간이 많게는 2시간까지 걸리게 하던 바람직하지 않은 문화였습니다.
그래서 물품 체크 리스트도 만들었습니다. 물품 항목을 정리해 물품의 중요도와 시급성으로 등급을 매겼습니다. 그리고 리스트화 해 등급별로 누가 어떤 물품을 관리해야 하는지 규정했고, 이로 인한 업무 과중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추가로 익명 신고 시스템도 적용했습니다. 폭언과 폭행, 성희롱 관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함이 1목적. 익명 신고된 문제에 대해서 사례별 대응 방안을 매뉴얼화하고 각각의 대응 프로토콜까지 구축했습니다.
POINT ②
평생학습체계 구축
1~3년 미만 간호사들의 이탈율이 매우 높았던 Y병원. POINT①의 실행으로 어느 정도 이탈율을 낮출 수 있었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입한 게 바로 ‘평생학습체계’ 구축.
학습체계는 기본적으로 업무에 대한 구성원들의 강력한 동기부여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업무 숙련도는 자연스레 높아지고요. 이는 한층 더 높은 의료 서비스의 질을 담보합니다.
✅Y병원의 환경을 고려한 신설 교육과정
– 신입 간호사를 위한 간호업무 기초과정
– 임상 간호 기본과정
– 검사대상자 간호과정
– 투약관리 및 수혈과정
– 중환자실 간호과정
– 분야별 직무 교육 등 신설
가장 중점을 두었던 교육은 ‘신입사원 교육훈련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신입들의 조직 적응과 업무 적응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조기 이직을 방지함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신입사원 교육훈련 프로그램 신설
– 예비교육 3주 진행
– 2주내 신규 직원 오리엔테이션 + 간호업무 기초과정 교육 이수
– 주 1회 신규 컨퍼런스 참여 (부서별 경험담 및 의견 나누기 등)
– 신규 간호사 임상교육지침서, 부서별 업무매뉴얼 숙지
– 신규 간호사 역량심화교육 진행 (연 2회 외부교육)
– 신규 간호사 워크샵 신설 (신입사원 돌잔치 진행)
기존에는 선임 간호사들이 교육을 진행했더랬습니다. 실무도 봐야 하는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그래서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전문 사내강사를 육성하기로 합니다.
교육 전담 간호사는 임상경력 5년 이상으로 여러 부서를 두루 경험한 차지급으로, 임상 현장 강사는 본원에서 임상경력만 3~5년 이상되는 실무가 매우 능숙한 간호사로 선별했습니다.
교육에 열심히 참여한 간호사는 승진 기회에서 작고 큰 혜택이 주어지도록 인사 제도와 연계했습니다. 학습에 대한 동기도 부여되고, 지속적 운영에도 도움이 되기 위한 조치.
‘학점이수제’라는 명칭으로 제도를 도입했는데, 학점인정기준은 8시간 교육시 1학점을 부여하고 1년 간 최소 2점 이상의 학점을 이수해야 합니다. 이수 학점 미달은 승진대상에서 제외되며, 이수 학점이 높으면 승진대상자에 포함되거나 가산점이 부여되는 특혜가 주어집니다.
POINT ③
장시간 근로 개선
Y병원의 실제 교대 근무표를 살펴 본 결과, ‘night-off-day’나 ‘evening-day‘와 같이 휴식 시간을 보장되지 않는 근무 유형이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5일 연속으로 근무를 하거나, 저연차 간호사에게 야간 근무가 몰리는 등의 문제도 보였죠.
우리는 Y병원의 근무 루틴을 감안해 새로운 교대제 모델을 제안했습니다.바로 5조 3교대 10일 주기 모델이 그 주인공. 야간 근무 후에는 이틀 연속 비번을 부여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한 달 평균 12번의 기본 비번이 생기게 됩니다. (아래 이미지 참고)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병원이었기에, 병동별 특성을 고려한 추가 모델도 고안했습니다. 병동별 선호도를 조사해 병동마다의 전담, 일반 인력을 분영해 4조 3교대 12일 주기와 4조 2교대 12일 주기 모델을 추가로 설계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 명의 간호사가 1년에 평균 130일을 쉴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그런데 이게 병동마다 인원이 달라 어느 병동은 더 적고, 어느 병동은 더 늘 수 있는 불평등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앞서 제시한 새로운 교대 근무 모델이 보편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 병동의 표준인원(15명 5조 3교대)에 수간호사 1명을 포함한 총 16명으로 구성, 밸런스를 잡았습니다.
여러분의
병원(회사)은 어떤가요?
뿌리 깊게 내린 조직문화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법입니다. 체계적인 솔루션도 구성원들의 변화 의지와 참여가 없다면 무용지물일 때가 많고요.
고맙게도 Y병원의 임직원들의 자세는 남달랐습니다. 코로나 위기로 오히려 더 숨가빠진 일상에 오히려 성숙하고 건실한 자세로 환자에게 더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입니다.
여러분의 병원, 회사는 어떤가요. 만약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면 나와 우리를 넘어, 환자를 위해 마음 속 의지를 행동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