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탄탄대로’
전자 계열 대기업을 퇴사하고 같은 분야의 제조기업 A사을 창업한 김대표. 같은 회사 출신 후배들을 줄줄이 영입해 무서운 기세로 회사를 키워갑니다. A사의 경쟁력은 뭐니뭐니 해도 ‘핵심 기술자들의 FA(공장자동화) 능력’. 쉽게 말하면 로봇과 컴퓨터를 이용해 생산라인을 자동화하고 유연하고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만들수 있는 능력입니다.
공장을 풀로 돌려도 부족했던 A사. 핵심 경쟁력을 토대로 제2, 제3공장을 확충,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걷게 됩니다.
부쩍 커진 사세. 직원은 무려 200명이 넘을 정도로 불어났는데요. 직원들의 복지와 근무환경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체 연수원과 실내 체육관을 운영하는 건 기본, 워라벨 실현을 위해 유연근무제와 탄력근무제, 육아휴직제도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죠.
이런 각고한 노력 끝에 연 매출 800억원이라는 금자탑을 달성한 A사. 그런데 최근 김대표의 표정이 어둡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요?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
결국 사람이 문제입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인력 이탈 스트레스. 당장 표면에 드러난 문제는 생산 라인 근로자들의 잦은 퇴사 문제였습니다. 효율이 오를 때 쯤 항상 생기는 문제다 보니, 좀처럼 능률이 오르지 않네요.
이게 반복되다 보니 핵심 인력이 퇴사하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도 듭니다.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이 생산 라인 구축 능력인데, 이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빠지면 회사에 더 큰 타격을 안겨줄 게 뻔합니다.
마침 원청의 요구도 다양해지던 상황이었습니다. 요즘 생산 트렌드는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바뀌어 가는 추세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이런 ‘사람’ 문제는 더 큰 리스크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던 김대표에게 ‘일터 혁신 컨설팅’이라는 사업이 눈에 띕니다. 가만히 보니 딱 우리같은 회사에 제격인 사업이네요. A사와 HPC 컨설팅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
‘일터혁신 컨설팅 지원사업’은 컨설팅을 받고자 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심사를 통해 사업장 환경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지원사업입니다.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체납하지 않았다면 지원 가능합니다.
(고용노동부 공고일 기준 최근 3년간 임금체불 이력이 없는 사업장)
(지원범위 내 전액 정부지원)
변화의 서막, ‘추진체’ 구성
시작에 앞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습니다. 겉으로는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경험상 해결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사람이 모두 외모와 성격, 취향, 삶의 방식이 다른 것처럼 회사도 모두 그 조건이 다르거든요.
우리는 가장 먼저 A사 환경에 맞는 솔루션팀(추진체)부터 꾸렸습니다. 한마디로 확실한 혁신을 이뤄내기 TFT같은 조직. 구성원들의 개별적 임무도 규정합니다.
일터혁신 추진 활동의 총괄 자리에는 A사 김대표가, 전문인력으로는 HPC컨설팅의 김현택, 최우창, 김지현 컨설턴트가 배치됩니다. 여기에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근로자 대표)과 품질혁신, 현장 인력까지 모두 18명의 일터혁신 추진체가 완성됩니다.
그럼 일터혁신 컨설팅 지원사업을 통해 A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볼까요?
As is – To be (1)
독점 기술 평준화 (Part.1 핵심역량 규명/역량 체계 구축)
제조기업에는 일부 핵심인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A사의 경우에는 공장의 심장이라 불리는 ‘생산 라인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자체적 기술’이었는데요. (FA기술 역량)
우선 이들의 기술을 대체할 인력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업무가 과중될 수 밖에 없던 상황. 만약 이들이 업무 스트레스에 퇴사라도 하게 되면 어떨까요. 회사의 중추 경쟁력이 무너지고, 원청과의 신뢰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회사의 근간까지 흔들 수 있는 거대한 리스크였던 셈.
우리는 이렇게 특정 인력만 가능했던 독점 기술을 다른 직원들에게 전수, 평준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여, ‘숙련 전수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
기본적으로 핵심 인력들의 업무 과중 문제가 해결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들의 공백 리스크가 현저히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인력에 의해 회사의 의사결정이 끌려가는 현상도 막을 수 있고요.
HPC는 이 체계를 만들기 위해 핵심인력의 역량이 무엇인지, 정리해 명문화했습니다. 이어 전체 직무에 대한 역량 모델링을 통해 역량 체계도를 만들었죠. 또 역량을 키우기 위해 행동지표와 척도, 등급, 점수가 포함된 평가 지표를 설계, 적용해 신입사원도 핵심 인재로 육성시키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As is – To be (2)
독점 기술 평준화 (Part.2 교육 체계 도입)
위 ‘독점 기술 평준화’ 솔루션의 연장선입니다. 핵심 인력들의 직무 역량이 무엇인지 명문화되고, 체계가 잡혔다면, 이제 다른 직원도 이처럼 될 수 있는 일종의 장치가 필요한데요. 바로 ‘교육’입니다.
우선 ‘무엇’을 교육할 것인가를 파악합니다.(교육 요소 도출) 위에서 선행한 직무 역량 모델링을 참고해 어떤 능력이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도출하죠. 예를 들어 ‘설계’ 역량이라고 하면 설계에 필요한 도구들은 무엇이고, 어떤 능력이 키워야 하는지 등입니다.
A사의 경우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각 파트별 ‘동영상 교안’을 만들어 활용했습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부서별 숙련도가 높은 근로자를 선별해 유형별 매뉴얼(교안)을 만들 수 있도록 리드했습니다. 또 교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교안 작성 가이드도 제공했죠.
As is – To be (3)
‘다기능 숙련 체계’ 구축
(1), (2) 솔루션을 통해 핵심 경쟁력(생산 라인 구축 등)의 안정감을 잡았다면, 이제 생산 라인 근로자들의 안정감을 잡을 차례입니다.
서두에 설명드렸듯, 최근 제품 생산 공정의 트렌드는 ‘다품종 소량 생산’인데요. 변화무쌍한 생산 라인에 생산 근로자들이 빠르게 적응,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상황입니다. 1공정 라인에서 일하던 C근로자가 신설된 1-1공정에 바로 투입되어도 바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또는 2공정 라인의 D근로자의 급작스러운 공백을 C근로자가 바로 메울 수 있도록.
이름이 조금 어려운데, 정확히 말하면 ‘다기능 숙련 체계’를 만드는 일입니다. 내가 하는 업무는 기본이고, 이와 관련된 업무, 나아가 이종의 업무 능력까지 키우는 시스템이죠.
순서는 공정별로 등급을 구분하는 일로 시작합니다. A사 프로젝트의 경우 공정별 심사기준을 통해 4가지 레벨을 만들어 각 공정의 자격 등급을 부여했습니다. 근로자가 특정 레벨에 도달하면 기준에 따라 다기능 수당을 지급하거나 승진심사에서의 가산점을 부여합니다.
또 누가 얼마나 능력이 다양화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현황표’를 만들어 게시판에 게재합니다. 근로자 사이의 경쟁심을 끌어 올리는 효과를 볼 수 있고, 관리자는 이 현황표를 통해 상황에 따른 기민한 작업 지도도 가능하게 됩니다.
A사는 이 ‘다기능 숙련 체계’ 도입을 통해 공정 라인의 신설/변화, 갑작스러운 담당 근로자의 공백, 생산량 증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As is – To be (4)
인센티브 제도 설계, 도입
이 솔루션은 표면에 드러난 생산직 근로자들의 잦은 입퇴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보통 생산부서는 다른 부서에 비해 근로 조건과 여건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요. A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임금, 업무시간 등 근로환경)
우리는 생산팀의 인력 이탈 방지와 전문 인력 충원 도모를 위해 생산 인센티브 제도를 설계, 도입했습니다. 첫걸음은 인센티브의 기준을 세우는 것. 기준은 ‘목표 불량 금액’으로 삼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목표로 잡은 불량 금액보다 실제로 발생된 불량 금액이 적을 경우 그 차액을 해당 생산 라인 근로자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방식입니다.(목표 500만원 → 실제 405만5천원 → 해당 라인 직원 7명에게 13만5천원씩, 총 94만5천원 인센티브 지급)
그렇다면 목표 불량 금액은 얼마로 잡아야 하는가. 이 부분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A사 프로젝트에서는 해당 라인의 전년도 불량 금액에서 10% 낮은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반대로 목표치를 넘어섰다면(손해봤다면) 어떨까요. 회사 입장에서는 마이너스지만, 그 책임을 해당 라인에게 전가하지 않습니다. 단지 인센티브가 지급되지 않을 뿐. 이 제도는 근로자들의 동기부여와 생산성 제고에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As is – To be (5)
장비와 공정의 변화 (ft. 위험요소 개선)
우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개선해야 할 문제는 없는가 고민했습니다. 그 중에서 최초 워크샵과 부서별 애로사항 청취 과정에서 알게 된 근로 환경 개선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작 공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수작업’ 공정인데요. 요즘은 로봇 기술이 발달해 대거 자동화 공정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A사의 경우도 곳곳에 수작업 공정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제품 끝에 달린 실링 패킹을 조립하는 과정이 대표적입니다. 이 공정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반복적인 작업으로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공정을 6축 다관절 로봇을 활용해 자동화로 전환했습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의 근골격계 통증이 줄어든 것은 물론, 이 공정의 인력 부족 현상을 원만히 해결했습니다.
또 다품종 소량 생산 이슈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에너지 감소를 위해 비슷한 품목의 다양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장비를 도입했습니다. 라인과 모델 변경에 유연하고 빠른 대응이 가능하도록 조치했죠.
추가로 생산 라인의 ‘안전 가이드’가 짧아 종종 제품이 넘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이드 길이를 연장했습니다. 제품의 불량을 낮추는 동시에 근로자가 다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A사, 이렇게 변했습니다.
김대표의 진심어린 의지와 우리의 전문성의 만남. 여기에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구체적 수행 내용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결국, 결론이 중요하죠? 이런 작은 노력과 실천이 모여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 아래 측정 가능한 성과들을 정리해봅니다.
① 근로자 증가 (2019년 대비 56% UP)
정돈된 교육, 평가, 보상 제도 도입으로 잦은 입, 퇴사 문제를 해결했고 안정적으로 300명대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② 생산 증가 (2020년 상반기 대비 44% UP)
안정화된 인사 체계는 제품 생산량 상승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물론 라인의 자동화, 이로 인해 높아진 생산 효율성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③ 불량률 감소 (2020년 상반기 대비 0.1% Down)
불량 수 자체는 늘었지만, 생산량이 44%나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불량률이 0.1% 소폭 감소했습니다.
④ 매출 증대 (2020년 대비 24% UP)
이 모든 결과들이 모여 연 매출 증대로 이어졌습니다. 무려 24%나 상승한 수치. A사 경영진의 의지와 HPC컨설팅의 일터를 혁신해 거둔 성과입니다.
⑤ 그 외 효과
위처럼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정성 지표도 좋아졌습니다. 근로자를 위한 각종 인센티브 제도, 위험요소 감소,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까지. 올해에는 오천만불 수출탑을 달성, 원청기업으로부터 우수 협력회사로 선정되는 영광도 누리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