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급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주변 경영자와 임원진, 인사담당 자들을 만나면 듣는 단골 질문이 ‘우리도 직무급 도입이 가능할까요?’일 정도.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 ” 부분 도입 자체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게 실제로 잘 운영이 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설계, 관리하는 게 핵심인데요.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 중에 이 직무급이 잘 설계된 사례가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직무간 이동이 많지 않은 기업이라 직무급 설계가 비교적 수월했습니다. 직무급 도입의 필요성은 아는데, 어디서 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 지 고민인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중소기업 P사는 왜
직무급 도입이 필요했나?
업력만 50년이 넘는 제약회사 P사.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헬스케어와 게임산업 분야까지 진출할 정도로 큰 사세를 자랑했죠. 그런데 최근 재무 지표가 제자리 걸음입니다. 일부 지표는 감소세까지 보이던 상황.
개선이 시급했습니다. 원인을 핵심 인력의 잦은 변동(이탈↑ 유입↓)으로 짚은 P사의 경영진. 여느 중소기업이 그렇듯 기존 핵심인력의 이탈을 막고,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외부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한 P사. 우리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의 방점을 ‘직무급’ 제도 설계와 도입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각 직무를 분류하고 성과지표를 도출해 실제 해당 성과를 회사 관점에서 제대로 내고 있는지를 규명하기로 합니다.
기존 획일적 보상체계가 가진 한계를 넘어, 임직원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로 위기를 돌파한 이야기를 아래 요약, 정리해드립니다.
⚠️ P사의 직무급 니즈 요약
1. 재무적 성과 그래프 제자리 (Why? ↓)
2. 원인은 핵심직무 인재 유출 + 중소기업 기피 현상
3. 합리적 보상에 대한 필요성 인지
직무급 설계 과정
1분 미리보기
설계의 전 과정을 미리 알고 사례를 보는 게 이해가 빠릅니다. 직무급 도입은 크게 5가지로 나뉘어 진행됩니다.(프로젝트마다 상이)
우선 직무를 나누고(분류) 각각의 부서와 개인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분석하는 일로 출발합니다. 이어서 직무를 잘 수행했는지 평가하는 기준을 세웁니다. 이어 얼만큼의 보상을 제공할 것인지까지 설계하면 끝.
심플하죠? 겉으로 보기엔 그렇습니다만, 의외로 많은 경험과 공력을 요구하는 과정입니다. 먼저 직무를 어떻게 나눴고 분석했는지, 합리적인 평가 기준은 어떻게 세우는지 P사의 사례를 통해 시간 순으로 살펴보겠습니다.
STEP (1) _ 직무 분류
어떻게 돌아가는 회사인가?
가장 먼저해야 할 일이 직무를 나누는 일입니다. 부서를 나누고 그 안에 부서 구성원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직무를 구분해야 합니다.
실제 P사의 경우 조직별 업무분장이 정립되지 않아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업무분장이 어수선하다 보니, 구성원들도 직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터.
그래서 조직 단위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 알아내는 과정을 선행했습니다. P사에 현재 나눠진 조직 단위로 각각 어떤 업무들을 하는지 문서로 요청했습니다.(1차 직무기술서) 취합된 문서를 통해 기초 스터디가 가능했고, 검증까지 마쳤죠.
큰 틀에서 흐름이 잡혔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제품(ex. 약)을 개발하고 만드는 일이 핵심입니다. 이어 이 제품을 알리고 팔아야 하는 일로 이어지고, 이 전체를 관제하는 부서도 필요합니다.
이런 제약회사의 특성을 고려해 우리는 부서를 크게 5가지로 분류했습니다. 개발과 생산, 마케팅, 경영, 회계가 그 주인공. 그리고 각 부서 안에서 어떤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지까지 아웃라인을 잡았죠.
STEP (2) _ 직무 분석
각각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각 부서별, 직무별 전문가를 선별합니다. 그 분들에게 조금 더 구체적인 직무기술서 작성을 요청했습니다. 그냥 ‘직무를 기술해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누구든 막막합니다.
그래서 먼저 대상자들과 한자리에 모여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설명회를 진행했습니다. 말미에 별도의 작성 가이드와 샘플도 전달드렸죠.
그렇게 정리된 분야별 직무기술서들. 취합해 수정과 보완 과정을 거칩니다. 개별 면담을 통해 피드백을 받았고, 궁극적으로 총 27개 직무를 정리했습니다.
STEP (3) _ 직무 평가와 등급 결정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1. 평가의 흐름
직무를 평가하는 방식은 천편일률적이지 않습니다. 기업의 컨디션을 고려해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평가 체계를 고안해야 합니다.
제약회사 P사의 프로젝트에서는 공청회를 열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최종적으로 대표자의 의사결정을 통해 그 기준을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포인트는 ‘점수법’이 아닌 ‘서열법’을 적용했다는 점입니다. 서열법은 자칫 ‘이 직무는 이렇다’라는 낙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지만, 동률없이 위아래 서열이 명확하게 나뉘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이해를 구하기 수월한 장점이 있습니다.
(다른 직무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몰라도, 회사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아닌지 나름의 기준들이 있음)
그렇다 해도, 불만을 갖는 구성원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각 직무 평가자를 직무 담당자와 타 직군의 비 담담당자 1인을 선정해 ‘상호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직무 평가에 대한 더 많은 구성원들의 이해를 얻게 되죠.
이 과정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는 아래에서 자세히 안내해드리겠습니다.
2. 평가 기준과 등급
믿을만한 평가 기준을 세우기 위해 고용노동부의 ‘제약산업 직무평가기준’을 최대한 준용하기로 했습니다. 단,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평가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는데요.
우리는 이 단점을 제거하고 효율적 직무 평가를 위해 평가 기준을 간소화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여기에 최초 P사의 재무적 퍼포먼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직무별 재무적 성과책임 기준을 가미해 평가 기준을 정립합니다.(아래 이미지 참고)
이제 각 직무별 평가 등급을 나눌 차례. 최초 문제의 원인이 핵심직무 인원들의 이탈과 새로운 인재 유입의 어려움이었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무 평가 등급에 플러스썸(Plus-sum) 개념을 적용하기로 합니다.
보통의 회사들은 직무 등급을 설계하면서 제로썸(Zero-sum) 개념을 도입합니다. 전체를 100으로 잡아두고, 두 사람에게 50씩 주다가 평가 후 상위 등급에 70, 하위 등급에 30을 주는 구조. 이 경우 (최)하위 등급의 불만과 저항이 생기기 마련.(수용성 확보에 어려움)
플러스썸(Plus-sum)은 다릅니다. 같은 상황이었을 때, 상위 등급에 70을 주는 건 같지만, 하위 등급은 그대로 50을 지급합니다. 낮은 등급 구성원들이 가질 수 있는 저항감이 크게 줄어듭니다. 하지만, 경영진에게는 부담일 수 밖에 없습니다. 비교적 더 많은 자원을 쓰는 꼴이니까요.
그래서 ‘핵심직무, 등급’을 엄격하게 선별했습니다. 이 직무에만 플러스썸(Plus-sum) 개념을 도입하기로 했죠. 계획대로 실행만 하면 재무적 퍼포먼스 향상으로 이어지기에 재원 마련 측면에서는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구성원들의 수용성은 확보하면서 경영진의 부담은 최소화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3. 합리적으로 다듬기
고용노동부의 평가 기준을 준용했다 하더라도, 그 기준이 실제 P사에 합리적이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직무급 제도 도입 과정은 이렇게 신뢰성도 중요하지만, ‘합리성’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구성원들의 불만, 저항감이 쌓임)
우리는 절차상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3가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① 직무 평가기준을 정립하기 위해 2차례의 공청회를 실시했습니다. 각 직무 구성원들의 개별 의견을 청취하고 취합합니다. 여기에 경영자의 최종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평가기준을 확정했습니다.
② 직무평가 과정에서 왜곡된 정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식 문서(공식화된 Q&A 문서)를 활용했습니다. 이는 직무 평가의 정확한 이해를 확보하는데에도 유익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③ 각 직무를 평가하는 평가집단(담당자/비담당자)의 노력을 존중하기 위해 인사위원회 단계에서의 결과 조정을 최소화했습니다.
P사, 이렇게 개선되었습니다.
자, 최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던 배경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P사는 재무적 성과 그래프가 지지부진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원인을 핵심직무 인원들의 잦은 퇴사와 미지근했던 신규 인원의 유입에서 찾았었죠. 그래서 진행한 솔루션이 맞춤형 ‘직무급’ 제도 설계와 적용.
컨설팅 이후 P사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직무관리와 보상제도, 평가제도 이렇게 3가지 영역으로 구분해 표면에 드러난 개선점을 정리해봅니다.
as is – to be (1)
직무관리 영역
프로젝트 착수 전 P사의 직무 분류 체계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분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직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문서(= 직무기술서) 역시 전무했던 상황.
우리는 P사의 운영 체계를 살피고, 핵심직무를 중심으로 직무를 크게 5가지로 분류해 총 27개의 세부 직무를 분류했습니다. 이어 27개 직무의 상세한 직무기술서를 완성, 향후 인사담당자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권고했습니다.
as is – to be (2)
보상제도 영역
기본급을 중심으로 수당을 최소화해 운영되던 P사. 한마디로 간결하고 단순한 보상 구조를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구성원 스스로 왜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을 만한 동기나 체계가 없었던 상황이었죠.
우리는 핵심직무에 대한 보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편으로 ‘직무급’ 제도를 설계, 적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총 27가지 직무에 대한 직무 평가와 등급이 설정되었고, 핵심 직무(V, I 등급)의 임금 수준을 상향 조정해 핵심직무의 보상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기본급과 연계해 직무 등급에 따라 Pay Band를 다르게 설정, 적용)
직무급 보상 체계는 대리급 이상 구성원들에게만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사원과 주임급 레벨에서 자유롭게 직무 탐색을 할 수 있도록 일종의 자유도를 높인 것이죠.
또 직무가 변경되며 조정되는 기본급 저항 문제는 V, I 등급의 Pay Band를 상향 조정하고, 하위 등급으로 직무 이동시 기존의 기본급을 보존해주는 방향으로 저항을 최소화했습니다.
이 보상 체계는 우선 직무급 도입 첫 해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인건비 재원을 컨트롤, 이듬해 최종적인 직무급 체계로 확정하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as is – to be (3)
평가제도 영역
기존에는 조직보다 개인 위주로 평가를 해왔던 P사. 당연히 회사의 재무적 성과 창출과의 연계 측면에서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었고, 직무 분류도 부실했기에 인사 평가와 조직 성과가 동떨어진 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직무 핵심성과를 중심으로 조직별, 직무별 KPI Pool을 고안해냈습니다. 기존 개인평가에 조직성과까지 반영하기 시작한 것. 부서를 나열하고 부서 내 직무를 특정해 각각이 어떤 지표를 달성해야 하는지 개별 산식을 정리했습니다.
[KPI Pool 설계 순서]
① KPI Pool 후보군 설정을 위한 사전조사
② 부서별 개별면담 → 핵심평가지표 도출
③ 부서별 피드백 → 정교화 및 수정/보완
④ 직무 담당자와 협의 → KPI Pool 확정
직무급 제도 도입,
어렵다면 ‘이것’부터 시작
직무를 분류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 그리고 직무 성과에 맞춰 보상 테이블을 마련하는 일. 당연히 노무, HR 전문가와 함께 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럼 전문가에게 맡기기만 하면 뚝딱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반드시 참여하는 경영진과 각 담당자들의 개선 의지와 열정이 필요하죠.
개선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우선 이렇게 해보시길 권유합니다. 부서나 직무별 책임자, 실무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 자리를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솔루션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